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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나는 실패한 것인가 (Searching for Sugar Man)

by tree_s 2022. 3. 31.

 

 

최선을 다했지만 처절하게 실패할 때가 있다. 애정이 있는 지인들은 수고했다고, 잘 해냈다고, 살다보면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는 거라고 위로하지만 그마저 위로가 되지는 못한다. 


떨쳐버리려 할 수록 '나는 정말 실패한 것인가?' 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메아리치기 때문이다. 기대 없이 본 이 영화가 나의 오랜 질문에 답해 주었다. 

생계를 위해 건설현장 작부로 일하며 음악활동을 하던 로드리게스는 우연찮게 '콜드 팩트'라는 앨범을 발매할 수 있게 되었다. 잘 되어가는 것 같았고, 리뷰도 좋았지만 앨범은 실패했다. 음반사 사장, 사장 부인, 사장 딸, 프로듀서 ... 등 총 6장이 팔렸다. 

운좋게 2집을 낼 기회가 생겼지만 2집은 1집보다도 성과가 좋지 않았다. 로드리게스는 음반사로부터 계약 해지되었고 다시 원래의 건설업 작부로 돌아가 늙어갔다. 

그렇게 늙은이가 되었을 무렵 하나의 비밀의 드러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전해진 그의 음반은 변혁을 위해 몸부림치던 이들의 '정신'이 되었고 그는 아이콘이 되었다. 

그는 엘비스나 롤링 스톤스보다 유명했으며 4천만 남아공 국민의 삶에 친구로 녹아들었다. 음악을 통해 로드리게스의 영혼은
지구 반대편 생경한 땅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로드리게스는 실패자가 아니었다. 6장의 음반밖에 팔지 못했지만 그는 4천만 남아공 국민과 함께 숨쉬는 당당한 예술가였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말이 참 싫다.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살아남아 비루한 시간을 이어가는 사람도 있지만 죽음으로써 불멸의 시간을 사는 사람도 있다. 

로드리게스는 성공를 확인하고 난 후에도 구름위를 걷지 않았다. 그는 단지 예술가로 살 수 있는 것에 기뻐했다. 예술은 없고 그저 예술가가 있을 뿐이다. 

내가 최선을 다했던 모든 일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고, 대단치 않는 것들 뿐이라고 체념에 대해 이 영화는  조용히 답한다. 결과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며, 때론 너의 최선 속에 답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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