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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스타 이즈 본

by tree_s 2022. 3. 31.

 

가슴 아픈 영화를 보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나이가 들수록 능숙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인 것 같다.

가수이자 알콜 중독자인 잭은 죽어가고 있다. 그의 죽음은 아주 긴 자살과도 같아서 다른 이들이 쉬이 알아 채기 어렵다.

잭과 같은 유형의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그는 열렬히 살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때론 누군가 자신의 지옥을 끝내주길 고대하는 것처럼 보였다. 자신이 다룰 수도 없는 불안을 품고 사는 것 같았다. 뜨거운 석탄을 꿀꺽 삼킨 채 길을 걷고 있는 사람처럼.

잭은 이명을 듣는다. 다른 이들은 들을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소리. 술과 마약 없이는 그것을 견뎌 낼 수 없었다.​주변에선 보청기를 끼라고 권했다. 그러나 잭에게 있어 힘겨운 하루하루를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위로는 노래 뿐이었다. 가슴을 열어 자기 속마음을 이야기하고, 노래에 호응하는 관객의 목소리를 듣는 일. 보청기는 먼 미래를 돌봐주는 것이었지만, 잭은 오늘 하루를 살아갈 위로가 필요했다.

그런 잭에게 가수를 꿈꾸는 한 여자가 이야기를 건냈다.

"Tell me something, boy Aren't you tired tryin' to fill that void?Or do you need more?Ain't it hard keepin' it so hardcore?...."

"힘들지 않아? 그렇게 밀어붙이는 거 버겁지 않아? ... " 그리곤 약점들, 우리를 괴롭히는 것들로보터 먼, 그런 곳으로 뚫고 들어가는 우리를 생각해 보라고 여자는 말했다.

잭은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잭은 여전히 주정뱅이에 마약 중독자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해서, 그가 마법처럼 변화하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앨리는 진실했고, 최선을 다했다. 그럼에도 잭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앨리는 잭이 점점 버거워졌다.

앨리의 꿈이 이뤄지는 순간을 악몽으로 바꿔버린 잭은 치료 시설에 들아가 긴 재활과정을 이겨낸다. 잭은 앨리를 만나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사과하며 운다.​ 

그것은 잭의 진심이었다. 주정뱅이 아버지 밑에서 마땅한 사랑과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자란 13살 소년이, 온통 망가진 자신의 마음을 열어 보이며 전한 미안함.

얼마 후 잭은 앨리의 매니저를 만난다. 그는 잭에게, 너는 곧 다시 술을 마실 것이며 결국 앨리를 망치게 될 거라고 말한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존재 조차
결국 자신이 망가뜨리고 있다고 느낀 잭은 삶의 끈을 놓기로 결심한다. 애완견에게 두툼한 스테이크를 구워 먹인 후, 닫힌 차고 안에서, 홀로. 조용히.

잭의 배다른 형인 바비는, 사람들이 잭의 노래를 부르며 마치 잭을 잘 알았던 것처럼 아는 것처럼 구는 게 싫었지만 이젠 위로가 된다고 말한다.

잭은 그 누구의 시선도 신경쓰지 않고, 진심을 담아 노래하는 가수였다. 사람들은 잭의 노래를 부르며, 깊은 고통 속에서 허우적대던 잭을 통해 위로와 기쁨을 얻었다.

잭은 자신의 죽음이 앨리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여겼을지도 모르겠다.하지만 그것이 정말 선물이었을까?잭은 자신으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에게 마음을 썼지만 정작 자기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하지 못했다. 잭이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해야 했던 존재는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

이 영화는 어떤 면에서 '리빙 라스베가스(1995)'를 닮아 있다. 천천히 죽음을 향해 걷던 남자와, 그런 그를 사랑한 여자.​

사랑은 상대에게 '너는 가치 있고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느끼께 해준다. 사랑받는 사람은 오직 그 사랑을 통해서만 자신이 소중한 사람임을 느낄 수 있다.

두 영화 속 여성 모두 남자를 죽음으로부터 구해내지 못했지만, 살아 있는 동안 그들의 유일한 구원은 '그녀들'이었다.​

애초에 인간에게 누군가를 구원할 능력 같은 건 없을 것이다. 그저,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사랑하고, 그의 곁에 있어 주는 것을 할 수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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