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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6

스타 이즈 본 가슴 아픈 영화를 보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나이가 들수록 능숙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인 것 같다. 가수이자 알콜 중독자인 잭은 죽어가고 있다. 그의 죽음은 아주 긴 자살과도 같아서 다른 이들이 쉬이 알아 채기 어렵다. 잭과 같은 유형의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그는 열렬히 살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때론 누군가 자신의 지옥을 끝내주길 고대하는 것처럼 보였다. 자신이 다룰 수도 없는 불안을 품고 사는 것 같았다. 뜨거운 석탄을 꿀꺽 삼킨 채 길을 걷고 있는 사람처럼. 잭은 이명을 듣는다. 다른 이들은 들을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소리. 술과 마약 없이는 그것을 견뎌 낼 수 없었다.​주변에선 보청기를 끼라고 권했다. 그러나 잭에게 있어 힘겨운 하루하루를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위로는 노래 뿐이었.. 2022. 3. 31.
파워 오브 도그(The Power of the Dog) "Deliver my soul from the sword; my darling from the power of the dog" - Psalms 22 : 22 ​ 필은 숨어 산다. 거칠고 딱딱한 껍질 속에 숨어 산다. 그가 무겁고 거추장 스러운 껍데기에서 나와 맨 몸으로 쉬는 건, 목장 외곽의 얕은 강가에서 뿐이다. 거기서 필은 알몸이 되어 물에 안기고, 햇빛을 껴안고 자신의 이름을 불러 준 브롱코 헨리를 추억한다. ​ 거친 서부 남자의 외피를 두르고 있을 때 필은 전혀 다른 사람이다. 그는 거칠고 마초적이고, 잔혹하다. 강인한 서부남자의 표본과 같다. 자신에 대한 세상의 증오를 연료삼아 힘겹게 역설의 페르소나를 쌓아올렸다. 그리고 시간의 풍화작용 속에서 가면은 어느 새 그의 본 모습이 되어 버렸다. 온 .. 2022. 3. 31.